십여 년 전부터 시작했던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해석 시뮬레이션과 최근 디지털 트윈까지의 철학적 근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읽은 적이 있다. 철학적 내용은 엔지니어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욕구와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영화 ‘매트릭스’의 처음 한 장면에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인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 나오며 매트릭스가 이 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을 암시했지만, 막상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영화 ‘매트릭스’가 자신의 사상과 관련이 없고 자신의 사상을 잘못 이해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매트릭스’ 1편에서 주인공인 토머스 앤더슨은 낮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밤에는 해커 ‘네오’로 이중생활을 한다. 네오가 초이에게 불법 소프트웨어를 건네 줄 때, 두꺼운 표지의 녹색 책이 장 보드리야르의 유명한 저서이다. 그림 1.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혹시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가 실재의 세상이 아닌 시뮬레이션된 세상이 아닐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최근에 어떤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 우주의 시공간도 실체가 아닌 시뮬레이션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고 대담한 주장을 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실재는 중요하지 않다. 시뮬라크르의 이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실체인 바나나보다는 바나나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가짜 바나나 우유인 시뮬라크르에 열광한다. 사람들은 이제 실체보다 이미지에 더 반응한다. 일반 만년필의 시장은 정지되어 있지만 펜촉에 ‘어린 왕자’의 이미지를 새기면 엄청나게 비싸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상황에서 몽블랑 만년필과 어린 왕자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어린 왕자의 이미지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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